궨트 첫 번째 여정: 모든 이야기

Chapter 1

단델라이온

단델라이온은 싸우고 있었다. 지난밤에 마신 술 때문에 그의 심장은 요동쳤고 감각은 더욱 무뎌져 있었다. 머리가 욱신거리며 깨질 듯이 아파 오기 시작했고, 그는 고통에 몸을 움찔거리며 숨을 내쉬었다. 바드는 분노를 담아 욕을 내뱉었다. 몸속의 보드카를 어떻게든 게워내야 속이 좀 진정될 것 같았다. 단델라이온은 참으려 했으나, 결국 침대보가 이 정화 작업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바드는 거친 숨소리와 함께, 다시 한번 욕을 하며 침대에서 조심스레 한 걸음 나아갔다. 그 순간 그의 발은 일어설 줄 모른다는 듯이 이상하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갈증이 그의 목을 조여 왔다. 단델라이온은 물병 쪽으로 간신히 몸을 옮기며, 어제저녁의 기억을 떠올리려 했다. 봄 축제는 엘프들의 축제를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보였지만, 수많은 여행객을 작은 도시인 걸렛으로 끌어들였다. 물론 술과 고기라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화려한 축제였지만, 괜찮은 여흥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시장이 재능 넘치는 한 젊은 시인의 공연에 보수를 지불하기로 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보수가 부족하군' 단델라이온은 물병 가장자리에 묻은 마지막 한 방울을 핥으며 이렇게 생각했다. '정말 너무 부족해'

게롤트

게롤트는 싸우고 있었다. 포션 덕분에 그의 심장은 요동쳤고 감각도 한층 날카로워져 있었다. 게롤트의 폐에 지난밤의 습한 공기가 들어찼고, 그는 공격에 맞춰 숨을 내쉬었다. 위쳐는 분노를 담아 욕을 내뱉으며, 비늘로 둘러싸인 괴물의 피부 속으로 칼을 찔러 넣으려 했다. 마침내 공격을 적중시키자, 상처 입은 괴물은 뒤로 물러서며 재빠르게 물속으로 숨어 버렸다. 덩치는 컸지만, 녀석은 몸을 숨기는 법을 알고 있었다. 게롤트는 거친 숨소리와 함께, 다시 한번 욕을 하며 조심스레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 순간 그의 다리는 두꺼운 진흙 속에 파묻혔고, 미끄러운 무언가가 게롤트의 부츠 속으로 기어들어 왔다. 게롤트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가 간신히 몸을 돌리자, 등 뒤에서 검은 물이 솟구쳐 올랐다. 주변의 습지만큼이나 오랫동안 이곳을 지켜 온 거대한 바이퍼는 몇 년 동안 걸렛 인근에서 포식자로 군림해 왔다. 오랜 세월 사냥을 해 왔다는 걸 자랑이라도 하듯, 놈의 몸은 커다랗고 단단한 비늘로 덮여 있었다. 하지만 시장이 놈의 목에 현상금을 걸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보수가 부족하군' 게롤트는 놈이 내뱉는 강력한 독을 피하며 이렇게 생각했다. '정말 너무 부족해'

Chapter 2

단델라이온

끔찍한 몰골의 사내를 보며, 시장의 딸은 그 꼴사나운 모습에 몸서리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손님을 맞이한 방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침대 맡에 자리를 잡고 단델라이온에게 의미심장한 눈빛을 던졌다. 단델라이온은 다른 이들이 이런 하찮은 것을 보고 자신을 깔보는 상황에 익숙했다. 그렇기에 그는 개의치 않고 자신의 매력적인 미소를 날렸다. 사실, 단델라이온의 미소만큼이나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것은 찾기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시장의 딸은 질색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는 불감증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태도로 곧장 봄 축제에서 단델라이온이 맡은 공연 이야기를 꺼냈다. 그녀는 시와 노래가 부족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녀는 시와 노래가 부족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 젊은 시인에게 짧은 소견을 밝혔다. "솔직히 좀 못 미더워서 그러는데 축제를 망치면 용서 안 해요." 단델라이온은 기대에 못 미치는 그녀의 가슴을 바라보며, 벌써 짓궂은 발라드를 작곡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다시 한번 미소를 지어 보였다.

게롤트

끔찍한 전리품을 보며, 시장은 그 흉물스러운 모습에 몸서리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장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떡하니 벌어진 아래턱을 들여다보며 바이퍼의 이빨을 세기 시작했다. 서른 개쯤 세고 난 뒤, 시장은 게롤트에게 의미심장한 눈빛을 던졌다. 위쳐는 어깨를 으쓱였다. 모름지기 관리라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보수로 나갈 돈을 아끼려는 습성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던져진 비퍼의 머리가 책상 위에 떡하니 있는 상황이라면, 일의 결과에 대해 왈가왈부할 이유가 없었다. 걸렛의 시장은 주저하지 않고 바로 보수를 지급했다. 그뿐만 아니라, 평소답지 않게 위쳐를 향해 어느 정도 호의도 보여 주었다. 시장은 지역 봄 축제 때는 거리 전체가 술과 고기로 가득하다는 말로 위쳐를 유혹하고는, 어리지만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시인의 공연도 예정되어 있다고 얘기했다. "편히 쉬시게, 우리 축제도 즐겨 보시고." 시장이 말했다. 게롤트는 벌써 시장실을 역겨운 악취로 가득 채워 버린 피로 얼룩진 머리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다시 한번 어깨를 으쓱했다.

Chapter 3

단델라이온

시장에 있는 광장에 도착한 단델라이온은,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곧바로 무대로 향했다. 단델라이온은 늦은 만큼 조금이라도 빠르게 시작하기 위해, 류트를 켜며 자유롭게 공연을 시작했다. 그가 지나가는 길에 있던 다부진 체격의 여성 상인은 그에게 다시는 눈길도 주지 않으려 했다. 무대 옆에 모여 떠들고 있는 군중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신이 나서 속삭이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옆으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딱 봐도 위쳐처럼 보이는 백발의 친구도 단델라이온에게 길을 비켜 주었다. 걸렛의 마을 사람들은 단델라이온이 아직 노래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거장을 알아보고 있었다! 정말 장관이었다! 단델라이온은 모자에 달린 왜가리 깃털이 바닥에 있는 조약돌을 쓸어 낼 만큼 고개를 푹 숙여 인사를 올렸다. 그리고 그는 군중의 소망을 이뤄 주었다. 단델라이온은 류트의 현 위에서 현란하게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드의 발걸음과 멜로디에 사람들은 말 그대로 넋을 잃었다. 무엇보다 그의 장엄한 목소리는 진심으로 청중의 심금을 울릴 정도였다. 그 모습을 보며, 단델라이온은 더없이 훌륭한 무대를 펼쳤다고 생각했다. 저기 서 있는 냉정한 위쳐마저도 단델라이온의 가사에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었다.

게롤트

시장에 있는 광장에 도착한 게롤트는, 곧바로 무대를 찾아 나서지 않았다. 게롤트는 여흥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필요한 것부터 찾았다. 바로 보드카 한 병과 소시지 한 줄이었다. 게롤트에게 먹거리를 판매한 다부진 체격의 여성 상인은, 그에게 다시는 눈길도 주지 않으려 했다. 정말 특이한 경우였다. 속삭이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게롤트의 앞길을 막지 않으려 옆으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몇몇은 두려운 감정을 감추며 백발의 위쳐를 훔쳐보았고, 그냥 멍하니 바라보는 자도 있었다. 게롤트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태연하게 보드카를 들이켜며 기름진 소시지를 먹었다. 그 순간, 류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군중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노래는 근처 시청 쪽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연주자가 누군지는 몰라도 발걸음과 멜로디가 제멋대로인 게 누가 봐도 숙취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곧 입을 열어 쾌활한 목소리로 '작은 가슴 한 쌍을 위한 발라드'를 부르기 시작했다. 외설적이지만 꽤 즐겁고 재미있는 노래였다. 하지만 게롤트는 노래가 끝난 뒤에도 노래보다 맛있는 식사가 더 좋았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한 모금의 톡 쏘는 맛에 눈물까지 흘릴 정도였다.

Chapter 4

단델라이온

음악이 그의 감각을 자극한 것이 분명했다. 바드는 가사도 잘 썼고, 노래도 잘 불렀으며, 여성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도 알고 있었다. 다시 말해, 아주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신이 난 처자들이 단델라이온을 향해 옷을 벗어 던졌고, 분위기는 보드카로도 해결할 수 없는 갈증이 날 만큼 타오르기 시작했다. 단델라이온은 축제에 참여하지 않고, 걸렛의 들뜬 여성 주민들 근처에 있었다. 그는 더없이 기뻤다. 아침부터 갈망해 왔던 그런 기쁨이었다. 그 순간, 성난 외침이 들렸다. 그리고 행복이란 즐거움은 모두 자취를 감췄다. 바드는 무대 아래에서 처자 한 명과 함께 누워 있었다. 자신의... '검'을 꺼낸 채로 말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무장한 습격자들이 바드를 발견하기 전에 바드는 가까스로 자신의 검을 칼집에 넣을 수 있었다. 놈들이 단델라이온을 향해 달려들자, 단델라이온도 이에 질세라 자신의 여인을 지키기 위해 물러서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단델라이온은 자신의 힘을 드러내지 않았다. 건달 녀석들이 그를 얕잡아 보고 방어를 소홀히 할 때를 노려, 역습을 하기 위함이었다. 친숙하게 생긴 위쳐도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바드를 구하기 위해 싸움에 뛰어들었다. 두 영웅 앞에서 건달 녀석들은 상대도 되지 않았다. 단델라이온은 이 구도가 마음에 들었다.

게롤트

음악이 이 거친 사내의 가슴을 녹여 준 것일까. 게롤트에게 적대적인 시선을 던지던 이들도, 이젠 게롤트와 함께 보드카를 마시며 소시지를 먹고 보드카를 들이켜며 즐기고 있었다. 이렇게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고 있자니 다들 기분이 좋아졌고, 그렇기에 게롤트를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게롤트는 축제에 별로 참여하지 않고, 속 편하게 빙글빙글 돌고 있는 걸렛의 마을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는 더없이 행복했다. 오랜 세월 느껴 보지 못한 그런 행복이었다. 그 순간, 비명이 들렸다. 그리고 행복이란 즐거움은 모두 자취를 감췄다. 위쳐 센스가 무대 아래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감지했다. 위쳐는 한 손에 검을 들고 뛰어가다 상대를 보고는 급히 검을 거둬 검집에 집어넣었다. 습격자들은 무기를 들고 있지 않았다. 놈들은 겁에 질린 희생자를 붙잡았다. 바로 지난밤의 숙취에서 간신히 정신을 차린 조금 전의 그 젊은 바드였다. 놈들은 바드를 붙잡은 채 격하게 흔들며 주먹으로 때리려 하고 있었다. 그 뒤에는 반쯤 헐벗은 젊은 처자가 습격자와 겁에 질린 바드 사이에 끼어들려다 실패하자, 목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러 대고 있었다.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덩치 넷에 겁에 질린 남자 하나였으니, 놈들의 공격을 제대로 막아내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게롤트는 이 구도를 바꿔 보기로 했다.

Chapter 5

단델라이온

상황이 일단락되자, 단델라이온은 자신이 구해 낸 여성에게 작별의 키스를 하고 환호하는 군중 속으로 태연하게 발을 옮겼다. 바드는 위쳐에게 작별을 고하지 않았다. 남자끼리는 그런 상황에서 굳이 말이 필요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잠시 후, 바드는 누군가 자신을 따라오는 걸 눈치챘고, 무심하게 뒤로 돌아 자신을 따라오는 남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위쳐는 단델라이온의 손바닥이 아닌 소매를 잡으며 어색하게 대응했다. 바드의 영민함에 놀라 위쳐는 말조차 제대로 꺼내지 못했지만, 바드와 대화하고 싶어 하는 것만은 분명했다. 위쳐는 곧 평정을 되찾고, 자신을 리비아의 게롤트라 소개했다. 누가 봐도 뻔했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건 자신에게 동료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위쳐의 일이란 본래 자신의 말 한 마리와 함께 떠나는 외로운 여정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단델라이온은 조금 더 조용하고, 괜찮은 식사를 내오는 매음굴로 이동하자 말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핑계 삼아 매음굴로 가자는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사실 이 모든 건 바드의 자애로운 배려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렇게 둘은 함께 길을 떠났다. 바드와 위쳐

게롤트

습격자들을 쓰러뜨리고 젊은 처자가 옷을 갖춰 입자, 게롤트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시인이 사라진 것이었다. '이상한데' 위쳐는 생각했다. 이른바 '문화를 전파하는 고귀한 자'가 너무 빨리 모습을 감췄다. 양심의 가책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이 상황을 조금이나마 나아지게 해 보려고 무언가 시도한 것일까? 다행히, 시인은 그리 멀리 가지 못했다. 게롤트는 아직 무대 근처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시인을 발견했다. 조금 전의 건달들이 그랬던 것처럼, 위쳐는 시인의 화려한 옷을 붙잡았다. 젊은 청년은 처음엔 겁에 질렸지만, 곧 정신을 가다듬었다. 시인은 왜가리 깃털이 꽂혀 있는 모자를 잡고 정중히 인사하며, 자신을 단델라이온이라 소개했다. 단델라이온은 이 모든 일이 작은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에 불과하다며, 조금 더 평화로운 장소에 가서 무엇이든 답하겠노라 약속했다. 시인은 그 이야기에 딱 맞는 곳을 알고 있었다. 일종의 매음굴이었는데, 그는 이런 상황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지난밤에 대부분의 소지품을 그곳에 두고 오기까지 했다. 무대 쪽에서 성난 외침 소리가 들려 왔고, 누가 봐도 시인에겐 도움이 절실해 보였다. 그렇게 둘은 함께 길을 떠났다. 위쳐와 바드

Chapter 6

단델라이온

"더 리틀 플라워"의 문 앞에 다다르자, 단델라이온은 질투심 많은 경쟁자가 자신을 공격하려고 암살자를 보낸 게 틀림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단델라이온은 오랜 기억을 되짚으며, 시다리스 출신의 남자가 자신의 재능을 부러워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겁쟁이에다가 능력도 없는 쓰레기 같은 자식! 자기보다 유능한 시인을 제거하려고 불량배나 보내는 밑바닥 인생이면 안 봐도 뻔하지" 단델라이온은 양심상 이런 모욕을 그냥 넘어갈 사내가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끓었다. 하지만 바드는 복수를 잠시 미뤄야 했다. 위쳐와 여흥을 즐겨야 했기 때문이다. 게롤트는 자신이 무례하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한 채, 풍만한 가슴을 지닌 여주인에게 넋이 나가 있었다. 단델라이온은 이 돌연변이가 마지막으로 여자와 잠자리를 가진 게 언제인지 궁금했지만... 더 깊이 들어가지는 않기로 했다. 단델라이온은 이런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사랑스러운 여자 종업원에게 이곳을 유명하게 만든 현지 별미를 주문했다. 바드는 그의 새로운 친구에게 품질 좋은 보드카를 거하게 대접하며, 돈을 아끼지 않았다. 단델라이온은 그 대가로 위쳐가 자신의 마음을 열고 더 많이 말하기만을 바랐다. 그런데. 단델라이온은 그러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바드는 게롤트가 꽤 재밌는 동료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술을 몇 잔 걸치고 나니 더 그랬다. 단델라이온은 게롤트의 본명도 알아낼 수 있었다. 바로 게롤트 로저 에릭 두 아우트-벨레가르드였다. 정말 그런 이름이었다.

게롤트

"더 리틀 플라워"를 운영하는 건장한 체구의 마담이 이미 상황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은 게롤트에게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불미스러운 일들이 항상 그렇듯, 소문이란 것은 이런 시설에 빠르게 퍼지기 마련이었다. 마담은 게롤트에게 최근 단델라이온이 순결을 앗아 간 젊은 처자가, 여동생을 과잉보호하기로 악명 높은 4형제의 막냇동생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그녀는 부유하지만 성격이 더러운 상인과 약혼한 상황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가족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며 한마디 덧붙였다. '그렇게 된 거였군' 게롤트는 생각했다. 게롤트는 점점 마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델라이온은 상황이 곤란해졌다는 걸 모른다는 듯이 쾌활하고 태평해 보였다. 시인은 헛된 꿈에서 막 깨어난 듯한 모습으로 양파가 들어간 거친 가루 포션 두 개와 저렴하지만 도수가 높은 밀주를 주문했다. "최대한 싸게", 바드는 지갑에서 마지막 동전을 꺼내어 던지며 중얼거렸다. 그런 모습에 게롤트는 바드가 사 준 식사와 다과를 더욱 감사히 여기게 되었다. 물론, 적어도 식사를 하는 중에는 단델라이온이 좀 조용히 했으면 하는 마음은 있었다. 그런데. 단델라이온은 그러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위쳐는 끊임없이 재잘대고 있는 단델라이온이 그리 거슬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술을 몇 잔 걸치고 나니 더 그랬다. 바드는 위쳐에게 어떤 아가씨들에 대한 노래도 알려 줬다... 비카바로 출신이랬나? 아니면 비코보로? 대충 그런 이름이었다.

Chapter 7

단델라이온

누군가 단델라이온과 위쳐를 끌어당기더니 벽에 밀어붙였다. 창녀들이 갑자기 사라져서 어둠 속에 단델라이온과 위쳐만 남기 전까지는 꽤 재밌었다. 단델라이온은 어둠이 옅어지고 기울어진 바닥이 평평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정말 자비심이라고는 없는 여자들이었다. '어떻게 우릴 이렇게 내팽개치고 갈 수 있지? 그렇게 껴안고 깔깔거릴 땐 언제고? 창녀들이 우리가 요청하지 않은 서비스 요금까지 받아 갈 셈이군' 단델라이온은 자신의 류트도 걸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래도 술은 좀 남아 있었다. 단델라이온은 술병을 들어 올렸다. 술병은 아주 자연스럽게 그의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그 와중에 게롤트는 나지막이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처음엔 누가 소리를 지르고 있다고 하더니, 조금 뒤에는 바드가 좀 전에 챙긴 와인 값에 관해 이야기했다. 아마 직.업병 비슷한 것이었을 것이다. 이런 은밀한 상황에서도 문제를 찾고 있으니 말이다. '여기가 어디였더라...?' 사실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단델라이온에게 그런 이상적인 대화는 시간 낭비에 지나지 않았다. 단델라이온은 입만 잘 놀리는 시인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 주는 시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인은 게롤트에게 뭐라도 해 보라고 말했다! 이 망할 공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든지, 아니면 술이라도 더 마시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 고상한 척하는 남자는 더 툴툴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위쳐가 이렇게까지 양심적이고 도덕을 따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단델라이온은 위쳐와 논쟁하고 싶지 않았다. 도덕적 상대성에 대해 논하기엔 정신이 너무 멀쩡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드는 논쟁을 포기하고 "더 리틀 플라워"에서 받은 서비스에 대해 후한 보상을 준비했다.

게롤트

형제 중 두 명이 앞문으로 뛰쳐 들어왔고, 다른 두 명은 조금 더 은밀하게 뒷문으로 들어왔다. 안전한 곳은 지하에 있는 저장고뿐이었다. 게롤트와 단델라이온은 주변에 있는 창녀들의 도움을 받아 추격자들을 피해 재빨리 지하 저장고로 숨었다. 게롤트의 위쪽에서 네 명이 왔다 갔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화가 난 채로 매음굴을 수색하는 4형제의 목소리가 지하 저장고에 울려 퍼졌다. 위쳐는 다시 싸우고 싶은 마음이 없었고, 단델라이온은... 단델아이온은 와인 진열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게롤트는 창녀들이 보여 준 호의에 도둑질로 보답하는 건 너무한 처사가 아니냐며 지적할 수밖에 없었다. 단델라이온은 분노하며 자신은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고 그냥 구매한 거라고 중얼거렸다. 지금 상황이 이래서 돈을 낼 수 없을 뿐이라면서 말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단델라이온은 병을 내려놓고 가방에서 필기구를 꺼냈다. 게롤트는 바드가 걸렛의 시장에게 아직 정산이 안 끝났다는 내용의 편지를 쓰는 것을 묵묵히 지켜봤다. 바드는 아직 시장에게서 마지막 공연 대금을 받지 못했고, 지금 갈 수가 없는 상황이라 돈을 받을 수 없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니까 지금 와인을 사는 데 쓰는 게 제일 현명한 방법이라면서 말이다. 위쳐는 이런 논리에 대꾸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얘기는 집중해서 듣는 것조차 고역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위쳐는 동의했고, 단델라이온은 와인 진열장에서 또 한 병을 챙겼다.

Chapter 8

단델라이온

"하!" 단델라이온은 쾌활하게 외쳤다. '이 희망이라곤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잠깐, 여기가 어디였더라? 아무렴 어때.' 위쳐는 탈출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지금 그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탈출이 아닌 술인데도 말이다. '그래도 저 빛을 따라가면 출구가 있겠지?' 그런데 좀 이상했다. '저 위에 있는데 계단은 없고... 문이 아니라 창살이 있다니? 이게 뭔 개 같은... 아니, 맙소사. 이게 뭐야?!' 바드는 머리를 움켜잡았다. 갑자기 큰 폭발이 일어나 단델라이온을 날려 버렸고, 그 바람에 술기운도 조금 날아갔다. 잠시 후 바닥이 위치를 바꿔 다시 천장이 되었다. '누구지...? 게롤트인가...?' 누군가 시인에게 밀 부대를 던졌다. "으악!" 바드는 신음하며 단단한 돌에 착지했다. "이건..." 단델라이온은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렇지!" 그의 더블릿 아래에 마지막 와인 한 병이 있었다. 술병을 잘 보호한 것이었다! 정말 영웅다운 멋진 행동이었다! '발라드의 주제로 딱이군.' 바드는 확신했다. 자신이 직접 쓸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시다리스의 그 나쁜 자식 이야기도 넣어야겠군! 하!' 바드는 그 즉시 자신의 생각을 게롤트에게 말했다. 그러자 위쳐는 웃음을 터뜨렸다! 단델라이온은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었다. 상황이 심각한데, 정말 심각하기 짝이 없는 상황인데도 이 멍청이는 꺽꺽거리고 있었다. 젊은 처자가 순결을 빼앗기듯... '잠깐.' 그 순간 바드는 깨달았다. 단델라이온은 낮에 무대에서 불렀던 곡조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무대 아래에 있었나...? 위쳐?" 바드는 큰 목소리로 외쳤다. "함께 노래하자고! 그럼 기억이 날 거야..." "말도 안 돼. 정말이야?! 아니... 무슨? 어떻게 이럴 수 있어, 게롤트? 정말 무례하기 짝이 없군... 난 내 와인도 나눠 주고 비밀도 얘기했는데. 제길, 자네를 내 형제처럼 사랑했다고!"

게롤트

"쉿" 게롤트가 단델라이온에게 속삭였다. "위에 있는 놈들이... 잠깐, 위에 있는 놈들이 누구였지?" 게롤트는 그들이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흠, 아무렴 어때.' 그는 생각했다. "놈들이 이미 떠나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해도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을까?" 지하에는 웅크리기만 하면 남성도 충분히 탈출할 수 있을 만한 창문이 있었다. 창살이 있긴 했지만, 아드를 살짝 써 주면 문제 될 건 없었다. 조심해서... 조용히... 이런 젠장! 이게 무슨?! 게롤트는 아연실색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 와중에 단델라이온은 자기 다리에 걸려 넘어지며, 흔들리는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려 하고 있었다. 창문은 사라졌고, 창문이 있던 자리에는 커다란 구멍만이 남아 있었다. 게롤트는 밖으로 나가 "더 리틀 플라워"의 부서진 벽을 힐끗 돌아봤다. 위쳐는 어두운 길거리에 구부정하게 서 있었다. '내가 어떻게 여기에...?' 위쳐는 자문했다. 단델라이온의 짓이 틀림없었다. 전부 그 멍청한 친구가... 아, 게롤트는 단델라이온과 함께 와인을 마시던 게 떠올랐다. 참 대단한 친구였다. 게롤트는 시인이 끊임없이 재잘대는 소리를 들으며 와인병을 받아 한 모금 들이켰다.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시다리스의 음유시인이 뭐 어쨌다고? 아, 단델라이온, 이 멍청한 친구야. 그 자식도 어지간히 돌대가리인가 보네" 이건 다른 바드가 꾸민 계획 따위가 아니라, 그저 단델라이온이 경솔하게 허리를 놀려서 생긴 불상사일 뿐이었다. 위쳐는 머릿속에 희미한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여기가 대체 어디지...?" 계속해서 바드가 소리를 치는 탓에 게롤트는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이봐, 시인! 제발 조용히 좀 해! 그리고 와인! 와인 더 가져와!" "그래, 그래" 게롤트는 손을 저었다. "괜찮아, 난 자네를 존중하니까! 내 형제만큼이나 사랑한다고!"

Chapter 9

단델라이온

놀랍게도, 단델라이온이 깨어났을 때는 침대 위였고 그의 곁에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 어제 아침처럼 머리가 깨질 것 같지만 않았다면, 상당히 긍정적인 상황으로 보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애를 써도, 새로 사귄 위쳐 친구와 지난밤 있었던 일이 좀처럼 기억나지 않았다. 게다가, 당황스럽게도 주변에 흩어진 그의 소지품 사이에서 류트를 찾을 수 없었다. 단델라이온이 정신없이 류트를 찾는 동안, 여인은 커다란 초록색 눈동자로 단델라이온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뭔가... 재미있다는 듯이 말이다. 그 순간, 단델라이온은 게롤트와 나눈 중요한 대화를 떠올리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위쳐는 건달들이 왜 자신을 쫓고 있는지 대충 설명해 주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위쳐와 바드는 최대한 빨리 도시에서 벗어나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단델라이온은 걸렛의 입구가 아닌 시장의 회의실에 있었다. 그것도 왠지 낯이 익은 초록 눈의 여자와 함께 말이다... 단델라이온은 이 곤란한 상황에서 답을 찾기 위해 고심했고,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그녀의 알 수 없는 미소 속에 답이 있을 거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단델라이온은 결국 그녀에게 류트의 행방과 왜 자신을 보며 웃는지 물어보기로 결심했다.

게롤트

놀랍게도, 게롤트는 로취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마구간의 분뇨 더미에서 깨어났다. 독소에 대한 타고난 저항력을 상실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이 흔치 않은 상황은 게롤트에게 더욱 비참하게 다가왔다. 아무리 애를 써도, 지난밤 있었던 일이 좀처럼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제일 이상한 건, 단델라이온의 류트가 자신의 옆구리에 있다는 점이었다. 위쳐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하자, 로취는 인간이라도 되는 것처럼 게롤트를 비난하는 표정을 지었다. 술에 취해서 집에 늦게 들어왔다고 말이다... 그 순간, 게롤트는 지난밤 단델라이온과 벌였던 멍청한 언쟁을 떠올리고는 몸서리쳤다. 바드는 성난 네 오빠라는 불편한 주제에서 우애라는 주제로 자연스레 넘어갔다. 서로 등을 토닥여 주는 것과 사나이들의 넘쳐흐르는 우정의 중간 즈음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위쳐와 바드는 함께 도시를 떠나기로 했다. 그런데 그거 말고도 뭔가 일이 있었다. 뭔가 불운한 일이었다. '망할...' 기억이 떠오르자, 위쳐는 당장 걸렛을 떠나고 싶어졌다. 로취도 이제 게롤트를 쳐다보는 걸 넘어서, 따지듯이 코를 킁킁거리고 있었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마침내 게롤트는 일어섰다. 위쳐는 말 안장주머니에 악기를 찔러 넣고 어린애 같은 음악가이자, 거짓말쟁이 시인에다, 운도 지지리 없는 바보를 찾아 나섰다.

Chapter 10

단델라이온

결혼식.

결혼식이 있을 것이다. 단델라이온이라는 이름의 신랑은 미래의 아내에게서 방금 막 그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제야 신부의 이름이 코라라는 걸 알게 됐다. 최소한 그 정도는 결혼 전에 알아야 하는 법이니까 말이다... '코라', 시인은 머릿속에서 되뇌었다. '꽤 예쁘군'. 단델라이온은 행복한 결혼 생활이라는 올가미가 자신의 목을 조여 오는 것을 느끼고는, 이렇게 자신을 위로하려 애썼다. 이 결혼식이 더 무서운 이유는, 축제의 둘째 날인 오늘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즉, 결혼식이 아니라 성대한 결혼 파티가 될 거라는 얘기였다. 코라는 원래 다른 남자와 결혼을 약속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부자라 할지라도, 일개 상인이 단델라이온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줄리안 알프레드 판크라츠, 드 레텐호브 자작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단델라이온은 전혀 그런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자신이 언제 본명을 얘기하고 청혼을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코라의 옛 약혼자는 기껏해야 생선 같은 거나 파는 냄새나는 노인네가 틀림없었다. 게다가 돈이 아까워서 깔끔한 개인 결혼식이 아니라 단체 결혼식을 택한 게 분명했다. 불쌍한 처자가 갑자기 자신에게 더 잘 어울리는 남편을 찾은 건 그리 놀랄 일이 아니었다. 욕심 많은 늙은이가 아니라 귀족과 결혼한다면 그녀의 부모님도 기뻐할 것이었다. 그녀의 오빠들도 마침내 분노를 가라앉히고, 장래의 매제에게 예의를 차리며 길을 터줄 테고 말이다. 완벽한 결혼식이 될 것이다.

게롤트

장례식.

장례식이 있을 것이다. 게롤트는 시장에서 재밌는 소식을 들은 이후로 그렇게 확신했다. 누가 코라라는 이름의 젊은 여인과 레텐호브 자작이 결혼한다는 이상한 소문을 퍼뜨려 놨으니 말이다... 혹시 한밤중에 우연히 만났던 그 여인일까? 정말 치욕적이라며 단델라이온에게 소리를 질렀던? 물론, 바드는 재빨리 달콤한 거짓말로 자신이 준 아픔만큼 그녀에게 보답하겠다고 했다. 그녀가 진정하지 않자, 바드는 또 다른 거짓말인지 몰라도 자신의 귀족 신분을 내세웠다. 그러자 코라는 기분이 풀렸는지 비난을 멈추고, 당장 오빠들과 도시 경비대를 부르겠다는 협박을 거두어들였다. 멍청한 협박이었지만, 그 당시 위쳐와 바드는 술에 취해 판단력이 흐려져 있었다. 결국 단델라이온은 류트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그녀가 잠들면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의 증표로, 류트를 위쳐에게 넘겨주고 코라를 따라가기로 했다. 게롤트는 코라가 잠자리에서 빠져나와 행상인들에게 소문을 퍼뜨린 거라고 확신했다. 또 다른 사람에게 소문을 퍼뜨렸을 수도 있고 말이다. 코라의 가족들은 부유한 상인이 가난한 예술가로 바뀌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이미 예정돼 있던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게롤트는 단델라이온에 관한 진실이 결국 밝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오빠들은 타르를 뜨겁게 데울 것이고, 미래의 남편은 처형인 앞에 선 꼴이 된 것이었다. 깔끔한 장례식이 될 것이다.

Chapter 11

단델라이온

단델라이온은 약혼 소식이 널리 퍼지지 않았기만을 바랐다. 그래야 모든 걸 취소하고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회의실에서 나가려고 문을 열자, 걸렛의 시장이 나타나 젊은 연인을 축복해 주었다. 잠깐이나마 도망갈 생각을 했던 바드의 계획은 곧바로 물거품이 되었다. 지나가는 하인들은 분주하게 젊은 연인의 출발 준비를 돕느라 뒤틀린 미소를 감추기 힘들 지경이었다. 경악스럽게도 밖에는 코라의 네 오빠가 보란 듯이 주먹을 만지작거리며 단델라이온을 환영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환영단은 단델라이온이 약속을 지키고 자신의 가족과 함께하는 한, 계란과 밀가루 범벅이 된 고기처럼 타르와 톱밥에 담길 일은 없을 거라며 상냥하게 약속했다. 심지어 가족의 새로운 성을 기꺼이 지켜 주겠다며 제안하기까지 했다. 단델라이온은 침을 꿀꺽 삼켰다. '대체 성을 어디서 어떻게 구해야 할까?' 사실, 이런 머저리들이 뭘 기대하고 있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단델라이온은 일이 그렇게 진전될 때까지 이곳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자신의 류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시장은 자랑스럽게 음식이 가득한 테이블로 안내했다. 테이블 주위에는 하찮은 2류 음악가들이 있었다. 그 끝에는 신랑과 신부가 서약을 주고받을 문이 꽃과 담쟁이덩굴로 꾸며져 있었고, 그 너머의 광장에서는 잠시 후 펼쳐질 축하 댄스 장소를 마련하느라 준비가 한창이었다. 단델라이온은 갑자기 시장의 말에 흥미를 느끼고, 자세를 고쳐 잡았다. 식이 곧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게롤트

게롤트는 자신이 바드의 탈출을 돕는다면 장례식이 열릴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단델라이온이 다가오는 결혼식에서 도망치려 할 거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위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숙취에 시달리고 있을 시인과 얼굴을 붉히고 있을 미래의 신부를 찾아 시장의 집으로 향했다. 영지 입구에 다다르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시장이 진짜 결혼 파티를 주최하고 있는 것이었다. 젊은 신부가 이미 자신의 오빠들을 달래 놓기까지 한 모양이었다. 게롤트는 그녀가 오빠들에게 뭘 약속했는지 확인하지 않기로 했다. 최대한 거리를 두는 게 나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룻밤 술자리에서 맺어진 우정 때문에 시인을 구할 의무는 없지.' 위쳐는 생각했다. '그렇게 취한 상태에서 무슨 말인들 못 하겠어.' 위쳐는 마구간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계속 되뇌었다. 그 순간, 게롤트는 자신의 안장주머니에 숨겨진 류트가 떠올랐다. 깊은 한숨과 함께, 위쳐는 발걸음을 돌렸다. 위쳐는 단델라이온을 구하기 위해 싸우다 체포당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근처에서 단델라이온을 도와줄 기회를 기다리는 정도는 괜찮지 않은가? 하지만 불행하게도, 신부와 신부의 오빠들은 단 한 순간도 단델라이온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 시장은 이 긴박한 상황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손님들을 안내하고 지역 의식을 알려 주며 자애로운 결혼식 사회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게롤트는 바드가 언제 행동을 개시할지 알아내기 위해 거리를 두고 따라갔다.

Chapter 12

단델라이온

단델라이온은 춤을 췄다. 그는 최대한 자신의 춤에 열정을 쏟았다. 걸렛의 전통에 따르면, 신랑은 빽빽한 군중 속에서 얼굴을 붉히고 있는 신부를 구해 내야 했다. 그런 후에야, 진정한 결혼식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바드는 이것이야말로 이 궁지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제 곧 가족이 될 코라의 오빠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도망갈 수 있을 만한 길을 미리 막아서 단델라이온이 그들의 여동생인 코라에게 가도록 만들려는 참이었다. 하지만 단델라이온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주변의 모든 사람은 미소를 띤 채 서로 정신없이 부딪치며 춤을 추고 있었다. 다행히, 그 덕분에 단델라이온은 신부에게 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신나는 음악이 단델라이온의 귀를 채웠고, 세계는 바드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드는 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리듬을 찾아 춤을 추며 출구를 향해 나아갔다. 단델라이온은 적절한 타이밍에 날카로운 턴을 선보이며 첫 번째 오빠를 지나쳤다. 그리고 능글맞게 웃으며 발이 걸려 넘어진 두 번째 오빠를 밟고 나아갔다. 단델라이온은 세 번째 오빠의 손을 잡고, 상대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도록 정확한 타이밍에 피루엣을 돌았다. 네 번째 오빠는 가장 힘든 상대였다. 단델라이온은 좌우로 점프한 뒤에 턴을 돌았다. 하지만 네 번째 오빠는 거울이라도 되는 것처럼 단델라이온의 움직임을 따라 했다. 시인은 허탈함을 느끼며, 한발 물러나 간단한 속임수를 펼치기로 했다. 상대도 뒤로 물러섰기에, 단델라이온은 사뿐히 뒤로 돌아 도망쳤다. 바드는 가장 가까운 좌판 뒤에 숨으며 코라의 절박한 외침을 들었다. 하지만 그는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될 기회였다. 하지만 우선 자신의 소중한 류트를 찾아야 했기에, 시인은 억울함과 서러움을 느끼며 위쳐를 찾아 걸렛의 뒷골목을 헤맸다. 그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게롤트가 이 빌어먹을 도시를 아직 떠나지 않았기를 바라며 마구간으로 향했다. 단델라이온은 말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비참하게 신음하며 무릎을 꿇고 고개를 떨궜다. 위쳐, 위쳐의 종마, 바드의 류트는 이미 마구간을 떠난 지 오래였다. 단델라이온은 다시 한번 혼자가 되었으며, 소지품을 빼앗기고, 부당한 운명의 희생양이 되었다. 바드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그의 뒤로 그림자가 다가왔다. 한 손에는 류트를, 다른 한 손에는 고삐를 쥐고 있는 그림자였다. 그림자는 보드카에 흠뻑 취해 쉰 목소리로 바드에게 일어서라고 말했다. 단델라이온은 뒤를 돌아봤고, 다시 찾아온 행운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는 이것이 그들이 함께할 여정의 시작일 뿐이라고 느꼈다.

게롤트

게롤트는 춤추지 않았다. 그는 최대한 춤을 추지 않으려 했다. 앞에 있는 군중을 지나가려면 적절하게 뛰어넘거나 거칠게 밀어야 했기 때문이다. 위쳐는 이 바보 같은 전통이 시작되자마자, 군중 속으로 사라진 단델라이온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그 와중에 부유해 보이는 늙은 상인을 발견했다. 상인은 먼발치에서 자신의 약혼자가 벌인 행동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그녀가 이 불쌍한 얼간이에게 새로운 약혼자가 생겼다고 말해 줬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게롤트는 앞으로 나아갔다. 춤추는 마을 사람 몇몇이 살짝이나마 게롤트를 막으려 했다. 음악 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고, 대화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였다. 이렇게 정신없는 상황임에도, 위쳐는 마침내 군중 속에서 왜가리 깃털로 장식된 익숙한 모자를 찾아냈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게도, 모자의 주인은 어딘가 익숙해 보이는 네 명의 건달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더는 지체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게롤트는 온 힘을 다해 형제 중 한 명을 군중 속으로 밀어 단델라이온과 떨어뜨려 놓았다. 그리고 두 번째 형제를 거칠게 밀어 시인의 발 앞에 쓰러뜨렸다. 게롤트가 세 번째 형제의 손목을 잡으려 할 때, 바드는 뭔가 우스꽝스럽게 의미 없는 피루엣을 돌고 있었다. 위쳐는 건달의 다리를 발로 차서 넘어뜨리며 이러한 상황을 마무리지었다. 네 번째 형제는 단델라이온 때문에 상대하는 데 오래 걸렸다. 시인은 상대의 속이려는 듯 광대처럼 굴다가 결국 도망쳤다. 건달은 일순간 도망치는 시인을 따라가려고 하다가, 갑자기 코라가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그녀를 향해 돌아섰다. 그곳에는 코라의 원래 약혼자였던 상인이 그녀가 자신의 아내라는 것을 알려 주겠다는 듯이 코라를 껴안고 있었다. 코라는 아름다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군중 속에서 자신을 구해 줄 시인을 찾았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바드는 이미 도망쳤기에, 어디에서도 단델라이온을 찾을 수 없었다. 그 사이에, 위쳐는 이 정도면 남의 일에 충분히 관여했다고 생각하며 마구간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마구간에 들어가자 바드의 모습이 보였고, 게롤트는 미소를 지었다. 단델라이온은 고개를 조금만 왼쪽으로 돌리면 로취의 안장 가방 옆으로 삐죽 튀어나온 류트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모른 채, 극적인 자세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 게롤트는 미소를 띤 채 어리숙한 바드에게 기운 내라며 류트를 건네줬고, 이 비참한 상황은 그렇게 끝이 났다. 잠시 후, 게롤트는 안장에 올라 안전하게 걸렛의 관문을 떠나고 있었다. 위쳐는 살짝 고개를 돌려, 자신을 따라오고 있는 바드를 봤다. 단델라이온은 위쳐와 함께 여정을 떠날 작정으로 보였다. 세상 끝까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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